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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방울로 4시간만에 코로나 검사…의대생들이 미국 지역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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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12.02 14:25:58 ( 수정 : 2022.06.09 13:35:51 )
조회수
790
등록자
관리자

◆ 의과학자 양성 미국서 배운다 (上) ◆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미국 어배너섐페인일리노이대(UIUC) 칼일리노이의과대(CICM)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된 '실드(SHIELD)' 팀은 두 달 만에 코로나19 신속 진단 시스템 '코비드실드(covidSHIELD)'를 개발했다. 키트에 침을 뱉기만 하면 4~8시간 내 99% 정확도의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받을 수 있고, 디지털 추적을 통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면 앱으로 경고 알림을 보낸다. 검사 비용은 회당 35달러로, 100달러가 넘는 다른 PCR 검사보다 저렴하다.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긴급 승인을 받은 코비드실드는 주정부 지원으로 곧 일리노이주 전체 유치원과 초·중·고교에 보급돼 셧다운 사태 극복에 일조했다.


전문가들은 대학 차원에서 이처럼 팬데믹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가 CICM의 혁신교육 시스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초의 공학 기반 의대인 CICM은 기존의 전통적인 의대와 달리 의학과 공학을 함께 가르친다. 킹 리 CICM 학장은 "줄기세포치료 같은 조직공학 기술과 수술용 마이크로 로봇, 인공지능(AI), 유전자 가위 기술 등 공학 범위가 의학 영역으로까지 확장되면서 공학적 사고능력을 갖춘 의사과학자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들의 활약은 의료 혁신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활성화, 국가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서도 차세대 의사과학자 양성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공학 기반 의대 설립을 추진 중인 김무환 포스텍 총장은 "인공 장기 등 의공학과 방사광 가속기 등 포스텍이 가진 강점을 살려 의료·바이오산업을 일으킬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섐페인에 위치한 어배너섐페인일리노이대(UIUC)의 칼일리노이의과대(CICM). '가상현실(VR) 실험실' 안에서 한 학생이 VR 안경을 쓰고 가상의 심장 주위 혈관들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화면에서는 혈류가 지나갈 때마다 해당 부위가 밝게 빛났다. 로베르토 갈베즈 CICM 부교수는 "혈액의 순환이나 신경계의 반응과 같이 인체 해부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을 학습하거나 외과 수술, 의료용 로봇 원격 제어 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곳"이라며 "학생들은 VR를 이용해 임상에서 벌어질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능동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전통적인 의대에서는 낯선 풍경이지만 세계 최초 공학 기반 의대인 CICM에서 이런 풍경은 매우 익숙하다. 이곳 학생들은 공대 실험실을 오가며 3차원(3D) 프린터로 자신이 개발한 의료기기 부품을 인쇄해 조립하고 수술용 마이크로 로봇을 다루는 한편, 언어장애 환자를 돕기 위한 자연어 처리 인공지능(AI) 프로그램 개발을 위해 컴퓨터 앞에서 코딩을 한다. 진화하는 의료 기술만큼 의사들의 눈높이도 단순히 환자를 보는 것 이상으로 높아져야 한다는 교육 철학에서다.

CICM은 2015년 UIUC 공과대와 칼재단병원이 차세대 의료 분야를 주도하기 위해 공동 설립한 신생 의대로 2018년 첫 신입생을 받았다. 공학적 관점에서 인체와 질병을 연구하고 필요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는 등 인류 보건에 기여할 수 있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는 게 이들의 목표다. 의대 설립을 주도한 라시드 바시르 UIUC 공대학장은 "공학과 의학, 임상 교육을 통합한 새로운 교육과정"이라며 "공학적 사고에 기반한 문제해결 능력은 AI, 유전자 가위 등 다양한 의공학 기술을 바탕으로 한 첨단 정밀의료 시대 의사들에게 필요한 필수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CICM의 수업 대부분은 기본적인 공학 원리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유체역학의 기본 원리를 통해 신장에서 오줌이 생성되는 과정과 다양한 신장질환을 배우는 신장학 수업이 대표적이다. 이 수업은 의대 교수가 아닌 화학공학과 교수가 가르친다. 학생들은 신장을 공학적으로 모사한 키트를 이용해 신동맥협착증을 재현하고 있었다. 수업 조교로 참여한 강세홍 UIUC 기계공학과 박사과정 연구원은 "단순히 '신장혈관에 협착이 발생하면 사구체의 혈액 여과율이 감소한다'는 증상만 아는 것을 넘어 클램프로 튜브(혈관)의 직경을 변화시키는 등 직접 실험을 하면서 여과율이 왜 감소하는지 유체역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이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온 학생들도 상당수다. 신입생 모집 요건에 전공 제한을 두지는 않지만 전체 학생의 80%가 의생명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등 공학 전공 출신이고 나머지 20%도 수학, 물리학 등을 전공한 학생이 대부분이다.

학생들이 가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실제 의료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도 기존 의대와 차별화한 점이다. 학생 스스로 문제를 찾고 그 문제를 공학기술을 이용해 풀도록 하는 것이다. 'IDEA 프로젝트'와 '캡스톤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킹 리 CICM 학장은 "캡스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는 1인당 1만달러의 종잣돈이 주어진다"며 "실제로 많은 학생이 UIUC 캠퍼스 내 연구자원을 활용해 창업 가능성이 있는 다양한 시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CICM 본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아리아나 바레오 씨는 최근 간단한 소변 검사로 만성신장질환(CKD) 위험을 조기에 검진할 수 있는 진단키트 '프로텍디(ProteCKD)'를 개발했다. 키트 하나를 제작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0.25달러(약 300원)에 불과하다. 본과 2학년 학생인 쇼닛 샤르마 씨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코로나19 등으로 폐 기능이 저하된 환자들의 호흡기 재활을 도울 수 있는 종이 폐활량계(폐 기능 측정기) '페이퍼로미터'를 개발해 CICM 헬스메이커랩, 칼재단병원 등과 함께 시제품을 선보였다. 이들은 지역 복지관 등과 협력해 소외된 계층에게 제품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바시르 학장은 "CICM의 혁신 활동은 더 많은 창업과 의료환경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의료 분야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처: 매일경제(2021.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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