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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헬스 제대로 키우려면 국정과제 실행 조직 구성해야”

‘의사과학자양성협의회’ 위원장 강대희 서울의대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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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0.21 14:01:49 ( 수정 : 2022.10.21 14:02: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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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의사과학자양성협의회 위원장인 강대희 서울대의대 교수는

지난 13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바이오헬스 분야 국정과제를 모니터링하고 실행할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현구 기자

 

 

“새 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바이오·디지털헬스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국정과제에도 관련 세부 항목이 7개나 됩니다. 그런데 정부 출범 후 이를 추진하기 위한 가시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습니다. 바이오헬스 분야 국정과제를 모니터링하고 실행할 조직이 구성돼야 합니다.” 지난 2월 바이오헬스 산업을 선도할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으로 설치된 의사과학자양성협의회 위원장인 강대희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최근 국민일보와 인터뷰에서 강한 어조로 이같이 말했다.


협의회는 카이스트 등 5개 과학기술특성화대 총장, 국립대 총장 및 병원장, 주요 의과대학 학장 등 위원 16명과 실무위원들이 참여 중이며 곧 6개월여간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다음 달 중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보고서에는 과학기술특성화대와 지역 의대 간 공동교육 과정 운영, 연구능력을 갖춘 기존 의대의 연구중심의대 전환, 국립의과학연구원 설립,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의 제안이 담길 예정이다.

강 위원장은 “미래 고령화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한 핵심이 의사과학자 등 인재 양성”이라며 “현재 임시 조직인 민관협의체를 상설화하고 향후 범부처 바이오헬스 정책 추진 상황을 챙기기 위해 국무총리실 산하에 가칭 ‘바이오헬스산업청’ 같은 정부 조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강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의사과학자가 구체적으로 뭔가.

“의사과학자는 의사이면서 연구를 ‘풀타임’으로 하는 사람이다. 의대 졸업 후 연구가 좋아서 임상을 하지 않고 기초의학에 남은 이들이다. 요즘은 내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임상 수련을 받고 다시 의대나 과기특성화대의 의과학 박사과정을 마친 사람들까지 포함한다. 최근에는 임상 교수가 되고 나서도 의학연구가 좋아서 풀타임은 아니지만 진료 보다 연구에 시간을 많이 두는 의사과학자도 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의사연구자’가 더 좋은 용어라고 생각한다.”

-의사과학자 양성 왜 중요한가.

“바이오헬스 영역의 궁극적인 대상은 사람과 환자다. 아무리 좋은 연구라도 실제 인간과 임상에 적용되지 않으면 큰 의미가 없다. 의사과학자를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키워야 하는 이유는 이들이 바이오헬스 연구의 리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Medical Scientist Training Program·MSTP)을 통해 15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고 이들이 미국 바이오헬스를 이끌어가는 국립보건원(NIH) 소장, 주요 의대 학장이 되면서 미국 의과학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노벨과학상 관련해 늘 의사과학자 양성이 거론되는데, 올해도 수상자에 한국인은 없었다.

“노벨상을 수상하려면 창의적이고 우수한 학자의 탁월한 업적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분야에 대한 연구자 간 이해와 소통, 그리고 치열한 논쟁과 비판이 수반돼야 한다. DNA이중나선 구조를 밝혀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제임스 왓슨, 유전자 편집 기술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제니퍼 다우드나 박사도 동료들 간의 끊임없는 학문적 경쟁에서 승리했기에 가능했다. 우리나라가 노벨상을 배출하기 위해선 스포츠 스타나 연예계 아이돌 키우는 것처럼 해서는 안 되고 학문과 과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력 있는 분야에 집중적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

-바이오헬스 전망과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은.

“바이오헬스 산업은 인구 고령화와 건강수요 증가, 포스트 코로나19 등을 해결할 분야로 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지역 소멸’에 따른 문제도 디지털 의료(원격 의료)로 대응 가능하다. 하지만 한국은 국민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연간 예산 30조원)를 하면서도 바이오헬스 산업 규모는 세계 시장의 1.5%에 그치고 국가경쟁력 또한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2009년 15위→2018년 26위). 기술집약적 산업인 바이오헬스의 글로벌 주도권을 잡으려면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정보기술(IT)과 나노기술(NT), 바이오기술(BT) 등과 바이오헬스를 연결할 수 있는 융합의학 인재의 양성이 필요하다. 그 주역이 의사과학자다.”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실태는.

“최근 포스텍이 내년에 의과학대학원을 개설키로 하고 광주과학기술원(GIST)도 준비하는 등 의사과학자가 되는 루트가 조금씩 넓어지고는 있다. 하지만 숫자로 보면 아주 미미하다. 1년에 의대 졸업생이 약 3000명인데, 그 중 바로 의사과학자 과정에 들어가는 이는 10명도 채 안된다. 임상 수련을 마치고 의과학대학원에 진학하는 학생이 약 10명 정도니까 국가 전체로 보면 의대 졸업생의 1%도 안되는 셈이다. 미국은 MSTP에 매년 약 1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체계적으로 양성한다. 반면 우리나라는 올해 보건복지부의 융합형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 예산이 10억원도 되지 않고 그마나 온갖 규제가 붙어있어 운영의 어려움도 많다. 그간 복지부와 과기정통부, 교육부에서 몇몇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해왔으나 1~3년 이내로 짧거나 개별·분절적 지원에 그치는 등 여러 가지 한계점으로 인해 가시적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의사과학자 양성이 힘든 이유는.

“첫째, 끝나고 갈 곳이 없다. 미국의 경우 NIH, CDC(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매년 수백 명의 새로운 연구자를 뽑는다. 우리의 경우 의사과학자가 돼도 대학교수 말고는 진출 길이 없다. 둘째, 월급과 수당이 너무 열악하다. 기초의학 부교수의 세후 월급이 500만원 정도인데, 기업에 진출한 제자의 반도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의사과학자를 하려 하겠나. 셋째, 연구비다. 우리나라는 아직 연구비에 본인의 월급을 상정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다. 한국에서 신약 개발은 기적에 가깝다. 신의료기술 평가, 인·허가, 의료수가 책정 등에서 새 정부가 규제를 줄인다고 하지만 현장에서는 변화가 없다고 느낀다.”

 

 

-최종 보고서에 담긴 내용은.


“기존 프로그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미래 과제들이 다수 제안됐다. 우선 과기특성화대 중심의 의사과학자 양성이다. 이공계 중심의 ‘의학+과학’, ‘의학+공학’ 융합 커리큘럼 및 스타트업 사업화 등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임상 아이디어가 기초 연구→중개·임상 연구→사업화→제품화→의료현장 적용에 이르도록 전주기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또 하나는 의대 재학 중 본과는 물론 예과 과정부터 조기에 의학 연구를 직접 경험하고 신의료기술을 위한 아이디어 창출, 중개 연구, 기술 이전, 상용화로 이어지도록 하는 ‘연구중심 의대 지원 사업’이다. 이를 위해 공대, 자연과학대, 보건대학원 등과의 융복합 프로그램 설계와 운영이 필요하다.

지역에 위치한 과학기술특성화대와 지역 의대 간 공동 연구센터(거점), 공동 학위 등 공동 교육 과정을 운영하자는 제안도 있다. 예를 들어 카이스트와 충남대 의대(병원), 유니스트(울산과기대)와 울산 의대(병원)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식이다. 지역 의대와 과기특성화대가 지금처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학부-대학원-독립 연구자(박사 후 연구원)로 ‘이어달리기식 연계·협업’을 함으로써 시너지를 내는 것이다. 이런 지역 거점 연구중심 의대 사업 등은 교육부를 통해 내년도 예산을 신청했다. 이밖에 의대 학부 재학 중 1~2년의 연구년을 제공하는 ‘갭 이어(Gap Year)’, 전공의 대상 6개월~1년의 기초 연구 연수 지원, 안정적 연구를 위해 7~10년 장기 지원하는 ‘K-의사과학자 그랜트(GRANT)’ 등의 방안도 포함됐다.

아울러 갈 곳 없는 의사과학자를 매년 20~30명씩 선발하고 정부 부처에 산재된 의사과학자 양성 정책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국립의과학연구원’ 설립,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 등도 담겼다.”

-바이오헬스 발전을 위해 추가로 조언한다면.

“바이오헬스 산업에 기여할 인재나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선 초·중·고교 단계에서의 조기 교육또한 매우 중요하다. 외과의사 출신으로 노벨상을 받은 이스라엘 테크니언(공대)의 아론 치카노버 교수를 (내가)서울의대 학장 시절 석좌교수로 모셔왔었는데, 한국에 올 때마다 시골 중·고교를 찾아가 학생들에게 강의했다. 어릴 때부터 의사과학자의 롤 모델로 좋은 사례다. 국내 의사과학자 출신으로 창업에 성공한 이들도 롤 모델로 많이 나서야 한다. 바이오헬스 육성 국정과제와 관련해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꼭 실천해 달라’는 것이다.”

 

출처: 국민일보 (2022. 10.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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